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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9/10/19 17:20


"요즘, 사는 낙이 뭐에요?" "... (사는 낙이 없으니 여기서 이러고 있지)"
"저는 요즘 나이든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해요. 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, 안죽고 저렇게 살아있다는 게.
참 존경스러워요. 그래서 나는
빨리 나이 먹었으면 좋겠어요" "... (아, 네.. 그러시등가요)"
작년 이맘 때 소개팅에서 나누었던 짧막한 대화가 이제서야 내 뒷통수를 후려친다.
그게 무슨 마음인 지 알겠다.

종종 초코머핀이 다 팔리고 없으면 내가 다 미안해 질 정도로 미안해하는 빵집 아저씨, 내 방 창문만 열면 눈 마주치는 앞집 할머니, 맨날 나만 보면 뭐라 그러는 경비 아저씨, 손이 느린 마트 아줌마, 또 우리 엄마 아빠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, 모두 시간이 흐르니까, 숨은 쉬니까, 그래서 그저 살고 있는 것 같지만은 않다. 조금 손발 오그라드는 생각이려나, 하지만. 아무 것도 없이 맨몸으로 태어나서 이 험난한 세상을 몇 십년 살고 있다는 게 아무래도 예사롭지가 않게 느껴진다. 그 수많은 날동안 거쳐온 시간들과 경험들이 분명 그 작은 몸 하나, 어딘가에 모두 기억되어 있을 것이다. 기억세포가 일종의 tag처럼 죽은 것처럼 어딘가에 숨어있다 어떤무엇으로 툭툭 무심하게 살아나곤 할 게다. 그렇게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른 것. 그래서 나 자신이, 내가 살아온 시간의 산 증인이 된다는 게. 좀 멋있다, 사람들이.

그리고, 요즘은 나이드신 분들을 뵈면 특히나 더 그렇다. 아라한 장
풍 대작전에서 류승범이 길가의 평범한 고수들을 보면서 느끼던 것과 조금 비슷하려나. 좀 그렇다. 세상에서 누구나가 제가 가진 상처가 제일 크고 아프고 힘든데. 그 각각의 세상에서 그들 나름의 가장 아프고 힘든 시간들을 거쳐 이제는 조금은 잔잔해진 마음으로 나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게, 생각하면 가끔, 뭉클-해진다. 그래서, 나에겐 얼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. 얼마만큼의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만 나 하나의 온전한 우주 속에 잔잔해질 수 있을까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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